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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동향

AT&T 벨사우스 인수 추진.

AT&T 벨사우스 인수

 ‘전화=AT&T’의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미국 통신회사의 대명사 노릇을 하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AT&T가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옛날의 영화를 재현이라도 할 듯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미국 통신시장을 다시 지배할 기세죠.  AT&T는 비교적 최근 미국 내 또 다른 통신회사 벨사우스를 66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습니다. AT&T의 벨사우스 인수는 단순한 두 회사의 합병을 넘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의 통신업계가 마치 1984년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AT&T라는 거대 공룡에 의해 지배되는 그런 시대가 다시 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벨사우스 인수가 완료되면 AT&T는 우선 규모에서부터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통신사가 됩니다. 벨사우스와 합병한 후 AT&T의 시가총액은 1,700억달러, 매출액 연간 1,200억달러로 영국의 보다폰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전체 종업원수는 25만3,000명에 달하죠. AT&T의 미국 내 서비스 지역은 동서로는 플로리다주에서 캘리포니아주까지, 남북으로는 텍사스주에서 일리노이주에 이르러 거의 미국 전지역을 커버하게 됩니다. 제공하는 서비스도 지역전화, 장거리전화, 이동통신, 유·무선 인터넷 등 거의 모든 통신서비스를 망라합니다. 이중 지역전화 가입자수는 한국 인구보다도 많은 7,000만여명에 달하며 인터넷 가입자수는 8,000만명에 이릅니다. 이쯤되면 AT&T는 이제 미국 통신시장을 호령하던 과거의 위용을 다시 떨치기에 충분할 정도로 급성장한 셈이죠. 여기서 AT&T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AT&T의 성장사는 미국 통신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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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만장한 AT&T의 역사는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아메리칸 벨 전화회사를 설립한 지난 18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1885년 AT&T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통신공룡은 시내전화, 장거리전화, 통신장비 제작·판매 등을 통해 미국 통신시장을 장악해 나가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회사로 성장해 갑니다. 파죽지세로 세력을 확장하던 AT&T에게도 쓰디쓴 나날이 다가옵니다. 1984년 미 독점당국은 자유경쟁으로 시장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AT&T의 분할를 결정합니다. 이에 따라 AT&T의 든든한 사업기반이었던 시내전화사업이 ‘베이비벨’(Baby Bell)로 불리는 7개 기업( 벨애틀랜틱, 아메리테크, 나이넥스, 퍼시픽텔레시스, 벨사우스, 사우스웨스턴벨, 유에스웨스트 )에 넘겨지게 됩니다.

 ‘엄마벨’(Ma Bell)로 불리던 AT&T는 더 이상 유리한 조건으로 시내전화망사업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예전과 같은 시장지배력도 잃고 말았습니다. 장거리전화부문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지만 MCI, 스프린트 같은 경쟁기업들의 등장은 AT&T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통신장비제조부문을 루슨트테크놀로지로, 컴퓨터부문을 GIS라는 업체로 각각 분사시키며 사세가 위축된 AT&T는 결국 SBC커뮤니케이션스에 인수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SBC커뮤니케이션스는 7개의 베이비벨 중 하나인 사우스웨스턴벨이 이름을 바꾼 회사입니다. SBC는 모기업인 AT&T에서 함께 떨어져 나온 퍼시픽텔레시스(1997년)와 아메리테크(1999년)를 잇달아 합병, 덩치를 키우더니 급기야는 지난해 모기업인 AT&T마저 집어삼킵니다. 하지만 SBC커뮤니케이션스는 AT&T 인수 후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합병으로 탄생한 새 회사 이름으로 엄마의 이름인 AT&T를 택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AT&T가 또 다른 7개의 베이비벨 중 하나였던 벨사우스를 인수하게 된 상황이 온겁니다. 결국 7개의 베이비벨 중 사우스웨스턴벨, 퍼시픽텔레시스, 아메리테크, 벨사우스 등 4개가 엄마벨인 AT&T와 함께 새로운 AT&T라는 회사로 거듭난 셈이 됩니다.

 나머지 베이비벨 중 하나였던 벨애틀랜틱은 또 다른 베이비벨이었던 나이넥스와 또 다른 통신업체 GTE를 잇달아 인수, 버라이즌이라는 통신업체로 변신했고 유에스웨스트는 통신업체 퀘스트에 인수됩니다. 결국 옛날의 AT&T는 새롭게 태어난 AT&T와 버라이즌, 퀘스트 등 3개 업체로 다시 통합 정리된 셈이죠.

 이 같은 ‘제2의 AT&T’ 탄생의 주역은 SBC커뮤니케이션스 시절에 이어 현재 AT&T의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에드워드 휘태커입니다. 그는 SBC커뮤니케이션스 시절이던 지난 2004년 옛 AT&T의 이동통신 사업부문인 AT&T와이어리스를 410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AT&T와 벨사우스 인수를 주도했습니다.  휘태커가 AT&T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서둘러 벨사우스를 사들이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이동통신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벨사우스 인수를 통해 AT&T는 벨사우스와 합작 투자해 운영하던 이동통신업체 싱귤러에 대해 100%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싱귤러는 지난 2004년 당시 SBC커뮤니케이션스와 벨사우스가 각각 60대40으로 투자해 설립한 이동통신업체로 이후 AT&T와이어리스까지 합병, 현재 미국 내 최대 통신사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AT&T가 싱귤러 지분을 조기에 완전히 인수하기로 한 것은 이동통신시장은 통신산업에서 아직도 개척의 여지가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의 대부분 통신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러 신규시장 개발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동통신 보급률은 70% 안팎에 불과해 이 분야에서만은 추가적인 시장개척 및 선점을 위한 업체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이 같은 AT&T의 급부상으로 가장 초조해진 것은 미국 내 2위 통신업체 버라이즌입니다. 종전까지 시가총액 1위 AT&T(약 1,100억달러)에 버금가는 990억달러의 규모를 갖고 있던 버라이즌이지만 AT&T와 벨사우스의 합병으로 시가총액 및 매출액(버라이즌은 750억달러) 면에서 버라이즌은 크게 위축되었거든요. 버라이즌 역시 지난해 미국 내 2위 장거리전화 사업자인 MCI를 인수, 사세를 크게 키우기는 했지만 AT&T와 벨사우스의 합병으로 AT&T와 경쟁을 위해서는 또 다른 합병 상대를 찾아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지난해(2006)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버라이즌의 퀘스트 인수설은 실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과거 AT&T가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연방통신법이 개정된 탓도 있지만 미국 규제당국의 통신산업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규제당국이 은근히 경쟁환경이 변화했다며 통신업체들의 합병을 부추겨왔다는 것입니다.실제 지난해 버라이즌이 MCI를 85억달러에 인수할 당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나 법무부는 아무런 조건 없이 거래를 승인했습니다. 업계에서는 AT&T와 벨사우스의 합병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당국의 승인을 받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통신분야에서는 무선통신과 인터넷을 통한 음성통신 등 전통적인 통신산업에 없었던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면서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졌기 때문에 과거의 기준으로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입니다. 통신업계 내부에서도 “미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대규모 통신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여기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만큼 기업 규모 역시 커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통신사 이모저모
- 1993년 AT&T가 무선분야 진입을 위해 McCaw를 115억 달러에 인수

- 1984년 MFJ에 의해 AT&T가 AT&T와 7개의 지역전화 사업자로 분할된 이후 약 10년만에 업체간 합병을 통해 대규모 사업자들이 재탄생.

- 대부분의 거대합병이 1996년 이후 집중적이고 연쇄적으로 발생.

- 거대합병의 대부분이 미국내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국가간 거대합병은 미국-영국 기업간 활발.

- 합병 형태는 아니지만 1998년 AT&T와 영국의 BT는 100억달러 규모의 합작사 설립에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