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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삼국지 경영학 (15) - 유비

유비의 매력
 
 

큰 포용력에 후덕한 마음씨,

방향만 정하고 밑에 다 맡겨



  삼국지의 세 주인공 조조 ·손권 ·유비는 모두 출중한 리더이고 또 인간적 매력이 있다. 그러나 성격이나 분위기가 약간씩 다르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기 때문에 순서를 매기기는 어렵다. 조조가 가장 강했지만 손권, 유비도 출중한 리더십을 발휘해 좋은 인재를 모으고 잘 버텼다. 당시는 좋은 인재들이 좋은 주인을 찾아 천하를 떠돌던 시기였다. 따라서 주인들의 그릇과 인간적 매력이 사람을 모으고 붙잡았다. 그러나 지역적 세력권은 어쩔 수가 없어 황하를 중심으로 한 중원 사람들은 조조 밑에, 장강(양자강) 이남의 강동 사람들은 손권 밑에 많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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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사람을 모을 때 조조는 집안의 돈도 많았고 번창한 집안사람들이 중심이 됐다. 이들이 조조 군단의 모체가 된다. 나중에 많은 외부 인력들이 들어오지만 권력의 핵심은 이들이 장악했다. 삼국지를 보면 조조의 집안인 조씨와 하후(夏候)씨 성을 가진 장수들이 다른 전체 장수들과 편을 나눠 막상막하의 무술시합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만큼 조조의 집안이 막강했던 것이다. 당시는 실력사회이고 조조의 성격으로 보아 집안 사람이라고 해서 중요한 자리를 줄 리도 없었다. 초기엔 많은 재산을 상속받은 부친의 경제력이 조조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손권은 부친 손견(孫堅)과 형 손책(孫策)의 부하들을 고스란히 넘겨받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유리한 입장에서 출발했다. 주유(周瑜) ·노숙(魯肅) ·장소(張昭) ·정보(程普) ·황개(黃蓋) 등 손권의 유능한 부하들은 대부분 물려받은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애초부터 근거지가 없던 유비가 가장 불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재가 유비 밑에 모여들고 또 끝까지 충성을 다했다. 물론 유비가 한실(漢室)의 후예로서 한실의 부흥을 내세운 명분과 인의(仁義)를 강조한 도덕성도 좋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사람의 그릇이랄까, 인망이랄까, 유비의 인품에서 배어 나오는 그런 것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유비의 리더십은 조조의 그것과 대비된다. 사람을 붙잡고 부리는 스타일이 다르다. 그러나 사람을 알아보고 잘 부린다는 점에선 둘 다 뛰어나다. 조조는 모든 것을 스스로 기획하고 주도했다. 그만큼 머리가 뛰어나고 행동력도 있다. 부하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충분한 기회와 권한을 주고 결과를 무섭게 챙겼다. 조조 자신이 출중한 장수였다. 조조는 평생 30여 번의 크고 작은 전쟁을 치렀는데 그 가운데 8할 정도를 이겼다. 진 전쟁에서도 조조는 패인을 철저히 분석해 다음번 승리의 자산으로 삼았다.   유비가 20번 정도의 전쟁을 치르면서 이긴 것은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그것도 제갈공명과 법정 등 뛰어난 참모가 가담한 뒤에 승전율이 높아진다. 유비 자신이 지휘한 싸움에서는 통쾌한 승리가 별로 없다. 장수로선 유능하다고 할 수 없는 편이다. 사실 유비는 제갈공명을 만나기 전까진 한낱 무장집단에 불과했다.  근사한 명분만 있었을 뿐 장기 전략이나 시스템이 없었다. 그날 그날 살기 위해 싸우고 버티는 식이었다. 유비는 스스로 기획하고 주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좋은 사람을 골라 믿고 맡기는 식이었다. 유비는 자기의 한계를 잘 알아 모든 것을 다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밑의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만드는 데는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이른바 부하들의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리더십이다.



  경영자에도 여러 가지 타입이 있다. 스스로 만기총람(萬機總攬)하려는 타입도 있고, 권한이양을 과감히 하는 타입도 있다. 만기총람을 하려면 스스로 굉장히 출중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창업자 오너 가운데 그런 사람이 많다. 당대에 하나의 그룹을 이루려면 그런 강한 개성과 선견력, 행동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규모가 커지면 적당히 권한을 위임할 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창업을 했지만 그것을 더 키우는 데 실패한 것은 일을 분산해 맡긴다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다. 기업규모가 커지는데도 오너가 모든 것을 다하려 하니 사람도 안 크고 따라서 기업도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나 현대의 정주영 회장은 만기총람형이지만 그래도 과감하게 일을 맡길 줄 알았다. 그러나 고삐는 늘 쥐고 있어 기업을 원하는 방향막으로 끌고 나갔다. 권한을 과감히 이양하면서도 핵심적 제어축(制御軸)은 쥐고 있는 것, 바로 그것이 위대한 경영자의 능력이다.  또 기업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한다. 경영자의 철학이나 생각이 기업구성원 하나하나에 침투되게 하는 것이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 긴장한다. 평소엔 매우 무섭지만 어렵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해결해 주겠지 하는 믿음이 있다. 그것은 실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별로 뛰어나지도 못하면서 만기총람을 하려 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 위에 부지런하면 더 문제가 커진다. 사방으로 다니면서 쓸데없는 일을 벌이기 때문이다. 큰 방향이나 전략은 제시하지 못하고 대세와 상관없는 작은 일만 챙기게 된다.   위대한 경영자는 여러 가지 일에 정통하기보다 큰 줄거리를 알고 사람을 잘 볼 줄 아는 사람이다. 또 결단을 하고 도전을 하는 사람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이라 칭송받는 마쓰시타(松下) 그룹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그래서 나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어 일을 밑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골라 일을 맡기는 데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기업도 잘 되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위대한 경영자는 결코 바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항상 여유를 갖고 크게 생각하고 신중히 움직인다. 또 고정된 틀에 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유비는 위임형 경영자라 볼 수 있다. 유비는 사람을 기가 막히게 잘 보고 잘 썼다. 어찌 보면 동물적 감각이라 할 수 있다. 마속(馬謖)의 허점을 일찍 간파한 사람도 유비다. 마속은 제갈공명이 총애한 촉나라의 장군인데 일선지휘관이라기보다는 참모형이었다. 머리가 비상하고 아는 것이 많아 공명이 항상 측근에 두고 썼다. 후에 제갈공명의 1차 북벌 때 요충지 가정(街亭) 전투에서 참패해 북벌 전체를 망쳤다. 그 패전의 책임을 물어 공명이 울면서 목을 벴다고 하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고사(故事)의 주인공이 바로 그 사람이다. 유비는 생전에 공명에게 “마속은 말이 많고 실질에 비해 과장돼 있으니 조심해서 쓰라”고 누차 당부했다 한다. 마속이 나중에 큰 사고를 치고 나서 공명은 유비의 인물감식안에 새삼 감탄했다 한다.


 유비는 조자룡(趙子龍)을 일찍 알아보고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 당시 유비는 공손찬의 객장(客將)으로 별 볼일 없었고, 조자룡은 무명의 방랑 장수였다. 후에 조자룡은 무예도 절륜하고 전략도 뛰어난 정상급 장수가 돼 유비를 끝까지 보필한다. 둘은 첫눈에 서로 반해 평생 동지가 된다. 유비에겐 사람을 보는 천부적 안목과 사람을 끄는 이상한 힘이 있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성심성의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강점이다.  한 번 유비를 만난 사람은 홀리듯이 그의 사람이 되고 만다. 맨 처음 만난 사람이 도원에서 결의형제를 한 관우와 장비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관우와 장비 둘 다 천하의 명장이었다. 그 두 사람을 일찍 알아보고 자기 사람으로 만든 유비의 안목과 능력은 대단하다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정말 지극정성으로 유비를 따라다니며 평생 충성을 다했다. 성격이 단순하고 용감한 장비는 유비에게 한눈에 반했다 할 수 있지만 학문도 있고 생각도 깊은 관우가 심취한 것은 유비의 깊이와 역량, 인격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은 유비의 의형제이기도 하지만 공적으론 군신관계여서 신하의 예를 다했다. 유비가 높아지기 전에도 관우, 장비는 공석에선 칼을 차고 하루 종일 시립하고 있었다 한다.  유비를 깍듯이 모셨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엄히 단속했다. 마초(馬超)가 유비에게 항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마초는 명문 출신에다 서량(西凉)의 맹주 노릇을 오래 한 관계로 유비의 옛 신하들처럼 공손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유비를 주공(主公)이라 부르는 대신 유비의 자(字)인 현덕(玄德)이라 불렀다 한다. 이걸 보고 장비는 불같이 노해 한 번 버릇을 고쳐 주기로 작심했다. 그래서 장군 신분인 장비 스스로 칼을 차고 유비 곁에 시립해 있으면서 마초를 노려보았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마초는 그 뒤부터 유비의 자를 감히 부르지 못하고 깍듯이 예의를 차렸다 한다.


  관우가 조조의 회유를 끝까지 뿌리치고 유비에게 돌아간 이야기는 당시 천하에 소문이 났다. 관우는 조조와의 싸움에 져서 유비의 가족과 함께 조조에게 잡혀 있었다. 평소 관우를 흠모했던 조조는 관우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정성을 다한다. 오랜 부하들이 시샘을 할 정도였다.  한 번은 하루에 천 리를 간다는 적토마를 선물한다. 여포가 타던 명마였다. 평소 선물에 덤덤하던 관우가 매우 기뻐했다. 이유를 물은즉, 이 말이 하루 천 리를 가니 형님 계신 곳을 알면 하루 만에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조조는 크게 낙심하여  관우와 친한 장요(張遼)를 보내 진짜 마음을 알아보게 했다. 관우는 “승상이 나에게 잘 해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유비 형님과는 일찍이 생사를 같이하기로 한 형제요, 또 큰 은혜를 입었다. 아무리 승상이 잘해줘도 형님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장요는 아직까지 유비의 행방이 묘연하고 승상이 당신을 그토록 좋아하니 그냥 남아 승상을 섬기는 게 어떠냐고 간곡히 달랜다. 그러자 관우는 우리 형님이 돌아가셨으면 지하 구천까지 따라갈 것이라고 못박았다. 관우의 마음속엔 유비밖에 없어 다른 사람이 들어갈 틈이 없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조조는 자존심도 상하고 시샘도 났다. 자신도 인재를 아끼고 정성을 다하는데 어찌 유비를 따라갈 수 없을까 하고 깊이 탄식했다 한다. 결국 관우는 조조의 극진한 대우와 만류를 무릅쓰고 유비를 찾아 떠나는데 이때의 파란만장한 역정은 삼국지의 빛나는 장면이다. 옛 주인을 찾아가는 관우의 의리와 충성심, 또 그걸 허용하는 조조의 관대함과 통 큼은 후세 사람들의 칭송의 대상이 된다. 그만큼 유비의 인간적 매력이 대단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후에 관우가 촉나라의 창업공신이 돼 형주 방면 사령관으로 있을 때 손권 군에게 기습을 당해 아들과 같이 사로잡혔다. 이때도 손권은 관우를 아껴 항복을 받아 부하로 쓰려 했다. 관우가 한마디로 거절했음은 물론 손권의 부하들도 “관우는 죽을지언정 유비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손권도 할 수 없이 관우를 참수형에 처했다.  이 때문에 유비의 촉한과 손권의 오나라는 전쟁을 치르게 된다. 유비는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나라와 전쟁을 벌이게 되는데 명분도 약하고 무리한 전쟁이었다. 평소 온건하고 밑의 말을 잘 듣는 유비도 이때만은 고집을 부리는데 그만큼 관우를 좋아하고 아꼈던 것이다.  유비는 정(情)에 약한 정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유비의 약점이기도 하지만 매력이기도 하다. 관우나 장비나 천하에서 무서울 것이 없는 맹장이었지만 유비에겐 꼼짝 못했다.

  성미가 불 같은 장비도 유비의 한마디에 성질을 죽였다. 수수께끼 같은 유비의 리더십이다. 제갈공명이 처음 왔을 때 관우, 장비가 불평을 많이 했다. 나이도 20년이나 아래인데 유비가 스승처럼 대하고 밤낮 붙어 있자 결의형제요, 둘도 없는 가신인 자기들이 소외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샘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유비에게 은근히 불평을 한즉 “내가 공명을 얻은 것은 고기가 물을 얻은 것과 같으니 거기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한마디 하자 둘은 입을 다물었다 한다. 좋은 사람을 얻으면 극진히 대접해 최고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유비의 인재 활용술이기도 하다. 이러니 어찌 좋은 사람들이 안 모이겠는가.

출처 :  최우석/ 前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 (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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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옮겨 적는 거 곤역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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